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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노하우

알레르기 약 먹고 쏟아지는 '졸음' 참으며 업무 처리했던 썰

by 데콜 2025. 12. 14.

    [ 목차 ]

알레르기 약 먹고 쏟아지는 '졸음' 참으며 업무 처리했던 썰을 풀어봅니다. 비염 환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딜레마가 있습니다. "콧물을 멈추게 할 것인가, 아니면 깨어있을 것인가?" 알레르기 약(항히스타민제)을 먹으면 코는 마르지만, 영혼까지 말라버릴 듯한 강력한 졸음이 찾아옵니다. 특히 점심 식사 후에 약을 먹고 회의실에 들어갔다가, 팀장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 허벅지를 꼬집으며 버텼던 기억은 아직도 식은땀이 납니다. 직장인 5년 차, 콧물과 졸음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터득한 저만의 업무 생존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알레르기 약 먹고 쏟아지는 '졸음' 참으며 업무 처리했던 썰
알레르기 약 먹고 쏟아지는 '졸음' 참으며 업무 처리했던 썰

1세대부터 3세대까지, 내 몸에 맞는 약을 찾는 지난한 과정

처음 비염 진단을 받았을 때는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먹었습니다. 효과는 강력했습니다. 콧물은 수도꼭지 잠그듯 뚝 그쳤지만, 문제는 뇌 기능까지 정지되는 듯한 부작용이었습니다. 소위 1세대 항히스타민제라 불리는 약들이었는데, 이걸 먹고 출근하면 오전 내내 멍한 상태로 모니터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업무 메일을 쓰다가 오타를 남발하고, 간단한 엑셀 수식조차 기억나지 않는 '브레인 포그' 현상을 겪으며 "이러다간 비염 때문에 잘리는 게 아니라 무능해서 잘리겠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약국을 돌며 "졸리지 않은 약 주세요"를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습니다. 약사님들의 조언을 들어보니 2세대, 3세대로 갈수록 졸음 부작용이 개선되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덜 졸리다'는 것이지 '안 졸리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들은 괜찮다는 약도 제가 먹으면 수면제처럼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결국 저는 저만의 '임상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을 이용해 새로운 약을 하나씩 먹어보고, 몇 시간 뒤에 졸음이 오는지, 약효는 얼마나 지속되는지 엑셀로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낮에는 졸음이 거의 없는 3세대 약을 먹고, 증상이 심한 밤에만 강력한 1세대 약을 먹는 '교차 복용' 전략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약은 의사가 주니까 그냥 먹는 게 아니라, 내 생활 패턴에 맞춰 주도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커피 대신 선택한 페퍼민트 차와 스탠딩 책상의 힘

졸음이 쏟아질 때 직장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커피입니다. 저 또한 약기운을 이기려고 하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3잔씩 마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카페인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서 몸의 수분을 빼앗아 갔고, 결과적으로 코 점막을 더 건조하게 만들어 비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렀습니다. 게다가 약 때문에 몽롱한 상태에서 카페인으로 억지로 심장만 뛰게 만드니, 손이 떨리고 불안감이 증폭되는 부작용까지 겪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커피를 끊고 '페퍼민트 차'로 갈아탔습니다. 페퍼민트 특유의 화한 멘톨 향은 코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향기 자체가 뇌를 자극해 잠을 깨우는 천연 각성제 역할을 했습니다. 따뜻한 김을 코로 들이마시며 차를 마시면 졸음도 달아나고 코 막힘도 완화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으로도 부족할 때는 물리적인 환경을 바꿨습니다. 회사에 건의하여 높이 조절이 가능한 스탠딩 책상을 사용하거나, 회의실 구석에 있는 서서 일하는 공간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약기운으로 인한 졸음은 의지로 이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앉아 있으면 100% 집니다. 서서 일하면 다리에 혈액순환이 되면서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원활해지고, 무엇보다 서 있다는 긴장감 때문에라도 눈이 감기지 않았습니다. 동료들에게는 "허리가 좀 아파서 서서 일한다"라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오후 2시의 고비, 짧은 쪽잠과 세수의 기술

아무리 약을 조절하고 차를 마셔도, 점심 먹고 난 직후인 오후 2시는 마의 시간입니다. 소화 과정에서 오는 식곤증과 항히스타민제의 진정 작용이 만나면, 눈꺼풀에 천근만근 추를 달아놓은 것 같습니다. 이때 억지로 참으며 모니터를 노려봐봤자 업무 효율은 바닥을 칩니다. 1시간 걸릴 일을 비몽사몽간에 3시간 동안 붙잡고 있는 꼴입니다.

저는 이럴 때 차라리 '전략적 쪽잠'을 선택합니다. 점심시간을 쪼개서 15분에서 20분 정도 탕비실이나 휴게실 소파에서 눈을 붙였습니다. 이때 중요한 꿀팁은 스마트폰 알람을 맞추되, 이어폰을 꽂고 아주 시끄러운 음악을 알람으로 설정해 두는 것입니다. 깊은 잠(렘수면)에 빠지기 직전인 15분 컷으로 일어나야 머리가 맑아지기 때문입니다. 단 15분의 낮잠은 뇌를 '리부트(재부팅)' 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약기운으로 멍했던 머리가 거짓말처럼 맑아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잠에서 깬 뒤에는 찬물 세수가 필수입니다. 단순히 얼굴만 닦는 게 아니라, 찬물을 손목 안쪽 혈관과 목덜미 뒤쪽에 끼얹어주면 체온이 살짝 내려가면서 정신이 번쩍 듭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와 인공눈물을 한 방울 넣어주면 오후 업무 준비 완료입니다. 졸음을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내 몸의 한계를 인정하고, 짧고 굵게 쉬어주는 것이 약을 먹으면서도 프로답게 일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