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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장마철 곰팡이와의 전쟁, 그리고 제습기를 24시간 돌리고 코 막힘이 극적으로 줄어든 30일간의 생존 후기를 남깁니다. 비염 환자에게 1년 중 가장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든 시기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장마철'을 꼽습니다. 봄철 꽃가루는 마스크로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겨울철 건조함은 가습기와 마스크로 달랠 수 있지만, 여름 장마철의 끈적한 습기와 그로 인해 집안 곳곳에 피어나는 곰팡이 포자는 도저히 피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작년 여름, 기록적인 폭우와 함께 습도가 연일 80%를 넘나드는 날씨가 이어지자 제 코는 콘크리트처럼 꽉 막혀버렸고, 벽지 구석과 베란다에는 검은 곰팡이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폐병 걸리겠다"는 위기감에 거금을 들여 대용량 제습기를 구매했고, 한 달 내내 전기세 걱정을 뒤로한 채 24시간 풀가동하며 곰팡이와의 전쟁을 치렀습니다. 그 결과 제 호흡기와 생활 환경에 어떤 놀라운 변화가 있었는지 상세히 기록해 봅니다.

습도 80%, 곰팡이와 진드기에게는 천국이지만 비염인에게는 지옥이다
비염 환자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가 "건조하면 코가 막히고, 습하면 코가 뚫린다"는 것입니다. 물론 적당한 습도는 코 점막에 좋지만, '과도한 습기'는 건조함보다 훨씬 더 무서운 적입니다. 장마철 실내 습도가 70%를 넘어가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 포자들이 공기 중으로 폭발적으로 퍼져 나갑니다. 곰팡이는 단순히 벽지에 보기 싫은 얼룩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에 떠다니는 그 미세한 포자 자체가 강력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항원)이 되어 호흡기를 무차별 공격합니다. 또한, 비염의 가장 큰 주범인 집먼지진드기는 습도가 70~80%일 때 번식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집니다. 즉, 눅눅한 이불과 카펫은 진드기들이 파티를 벌이는 거대한 서식지가 되는 셈입니다.
실제로 작년 장마철, 저는 에어컨의 제습 기능만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꿉꿉함 속에서 매일 아침 재채기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콧물은 맑은 물이 아니라 끈적하게 변해 목 뒤로 넘어가며 가래가 끓었고, 눈과 코 주변, 심지어 귓속까지 미친 듯이 간지러웠습니다. 가장 끔찍했던 건 잠자리였습니다. 침대에 누우면 이불이 축축하고 무겁게 몸에 감기는데, 그 느낌이 마치 곰팡이 덩어리를 덮고 자는 것 같아 소름이 끼쳐 잠을 설쳤습니다. 벽지 모서리에 거뭇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저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습기 문제가 아니라, 제 호흡기를 위협하는 생화학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약을 먹어도 증상은 그때뿐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집 안 환경, 특히 습도 관리가 안 되면 아무리 좋은 약을 먹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뇌리에 깊이 박혔습니다. 그길로 저는 가전 매장으로 달려가 가장 용량이 큰 20리터짜리 제습기를 구매했습니다. 누진세 때문에 전기세 폭탄 걱정도 들었지만, 당장 숨을 못 쉬어 병원비가 더 나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절박한 판단이었습니다.
24시간 풀가동, '습도 50%'가 가져온 기적 같은 쾌적함
제습기를 사 오자마자 안방 문과 창문을 모두 닫고 '터보(강력 제습)' 모드로 24시간을 꼬박 돌렸습니다.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불과 반나절 만에 5리터 가까운 대용량 물통에 물이 찰랑찰랑 가득 찼습니다. "내 방 공기 중에 물이 이렇게나 많았다고? 내가 물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경악했습니다. 습도계의 숫자가 85%에서 50%대로 뚝 떨어지자, 방 안 공기의 질감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피부에 닿는 끈적하고 무거운 공기가 사라지고, 마치 맑은 가을 하늘처럼 뽀송뽀송하고 가벼운 공기가 방 안을 채웠습니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역시 코의 반응이었습니다. 습도가 50% 정도로 유지되자, 거짓말처럼 꽉 막혀있던 코가 뻥 뚫리기 시작했습니다. 곰팡이 특유의 퀴퀴한 흙냄새가 사라지니 재채기도 멈췄습니다. 무엇보다 밤에 잘 때의 쾌적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물 먹은 솜처럼 축축했던 이불이 호텔 침구처럼 '바스락'거리는 촉감으로 변했고, 뽀송한 베개에 얼굴을 묻으니 잠이 솔솔 왔습니다. 높은 습도 때문에 활개 치던 진드기들이 활동을 멈추고, 공기 중 곰팡이 포자 농도가 줄어드니 알레르기 과민 반응이 즉각적으로 진정된 것입니다.
저는 장마 기간 내내 전기세를 감수하고 24시간 '자동 습도 조절(55% 설정)' 모드로 제습기를 켜두었습니다. 옷방과 거실, 안방을 오가며 기계를 혹사시켰지만, 그 덕분에 벽지의 곰팡이 자국은 더 이상 번지지 않았고, 제 비염 증상도 항히스타민제 없이 버틸 수 있을 만큼 호전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에어컨 제습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에어컨은 실내 온도가 낮아지면 제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제습기는 약간의 더운 바람이 나오더라도 콤프레셔가 돌아가며 확실하게 공기 중의 물기를 빨아들였습니다. 비염 환자에게는 '시원하지만 눅눅한 공기'보다 '약간 미지근하더라도 바짝 마른 뽀송함'이 호흡기에 훨씬 낫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제습기 사용 시 주의할 점, '물통 관리'와 '적정 습도'의 딜레마
물론 제습기가 만능 해결사는 아니었습니다. 사용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주의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물통과 필터 청소'였습니다. 제습기는 습한 공기를 빨아들이는 구조라, 물통 내부에 물때와 곰팡이가 끼기 쉽습니다. 곰팡이 잡으려다 기계 안에서 곰팡이를 키우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물통을 비울 때마다 세제로 깨끗이 씻어 말리고, 2주에 한 번씩 후면 필터를 열어 낀 먼지를 제거했습니다. 필터에 먼지가 쌓이면 제습 효율도 떨어지고 먼지 바람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과도한 건조'입니다. 욕심을 부려 습도를 40% 이하로 낮췄더니, 이번에는 반대로 코 점막이 너무 바짝 말라서 따갑고 코피가 날 뻔했습니다. 비염 환자에게 최적의 습도는 50~60% 사이입니다. 이 구간을 지켜야 곰팡이와 진드기도 죽고, 동시에 코 점막도 촉촉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저는 습도계를 제습기 바로 옆이 아닌 방 반대편 구석에 두고, 실내 전체 습도가 55%가 되면 기계를 잠시 끄거나 약풍으로 돌리는 요령을 터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장마철 비염 환자에게 제습기는 선택 가전이 아닌 필수 생존템입니다. 공기청정기가 미세먼지를 잡는 방패라면, 제습기는 곰팡이와 진드기라는 더 교활하고 무서운 적을 잡는 창입니다. 혹시 지금도 눅눅한 이불 속에서 코를 훌쩍이며 뒤척이고 계신다면, 망설이지 말고 제습기를 들이세요. 다음 달 전기세 고지서가 조금 무겁게 나오더라도, 병원비보다 훨씬 값진 '숨 쉴 자유'와 '꿀잠'을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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