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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커튼 다 떼어내고 '블라인드'로 교체한 뒤 콧물 양 변화 기록을 상세하게 남겨봅니다.
인테리어의 완성은 커튼이라고들 합니다. 저 또한 신혼집을 꾸밀 때 집 안의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위해 거실에는 이중으로 된 암막 커튼과 시폰 커튼을 달았고, 침실에도 두툼한 방한 커튼을 달아두고 살았습니다. 시각적으로는 완벽했지만, 비염이 점점 심해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려고 커튼을 젖힐 때마다 코가 미친 듯이 간질거리고 연달아 재채기가 터지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외부 미세먼지가 들어와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화창한 주말 오후, 햇빛이 강하게 비치는 창가에서 무심코 커튼을 털어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치 눈 내리는 날처럼 쏟아지는 하얀 먼지를 보며 '이게 다 내 코로 들어오고 있었구나'라는 충격적인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날로 저는 집 안의 모든 커튼을 떼어내고 블라인드로 교체하는 대공사를 감행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 뒤, 제 호흡기와 생활에 찾아온 놀라운 변화를 기록합니다.

패브릭 커튼, 인테리어의 꽃인가 먼지 포집기인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패브릭(천) 커튼에는 비염 환자가 간과하기 쉬운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섬유 조직 자체가 정전기를 일으켜 공기 중의 부유 먼지를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름이 풍성하게 잡힌 '나비 주름' 커튼이나, 빛을 막기 위해 특수 코팅된 두꺼운 암막 커튼은 그 겹겹이 쌓인 주름 사이사이에 엄청난 양의 집먼지와 진드기 사체, 그리고 미세먼지를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우아하고 멀쩡해 보였지만, 창문을 열기 위해, 혹은 밤에 빛을 가리기 위해 커튼을 '차르르' 하고 움직이는 그 짧은 순간마다 묵은 먼지들이 폭죽처럼 공기 중으로 뿜어져 나와 제 코 점막을 강타했던 것입니다.
관리의 어려움도 한몫했습니다. 커튼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서 한번 빨려면 정말 큰맘을 먹어야 했습니다. 높은 곳에 달린 레일에서 핀을 일일이 빼내고, 세탁기에 돌린 뒤 젖은 커튼을 다시 끼우는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 솔직히 말하면 1년에 명절 때나 한두 번 빨까 말까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커튼은 거대한 먼지 필터가 되어 1년 치 먼지를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습니다. 특히 습한 여름 장마철에는 두꺼운 섬유가 습기를 머금어 눅눅해지면서 퀴퀴한 냄새가 났고, 이는 곰팡이 포자가 서식하기 딱 좋은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비염 환자인 저에게 커튼은 아름다운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라,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집 안 곳곳에 24시간 퍼뜨리는 시한폭탄과도 같았습니다.
결국 저는 "예쁨을 포기하고 숨을 쉬자"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아쉬워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과감하게 커튼 레일을 드라이버로 철거했습니다. 휑해진 창문을 보며 잠시 후회도 했지만, 떼어낸 커튼 뒤편 창틀과 몰딩 위에 쌓인 새카만 먼지 덩어리들을 물티슈로 닦아내며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습니다.
우드 vs 콤비 vs 알루미늄, 비염인의 까다로운 블라인드 선택 기준
커튼을 떼어내고 블라인드를 고르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시중에는 다양한 소재의 블라인드가 있었지만, 저는 비염 환자의 기준에서 깐깐하게 비교했습니다. 먼저 가장 대중적인 '콤비 블라인드'는 탈락이었습니다. 콤비 블라인드는 망사 부분과 원단 부분이 교차하는 방식인데, 그 원단 부분 역시 패브릭(천) 소재라 정전기가 발생하고 먼지가 낄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세탁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마이너스였습니다. 그다음으로 고려한 '우드 블라인드'는 고급스러웠지만, 무게가 무거워 청소가 힘들고 습기에 약해 잘못 관리하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고심 끝에 제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알루미늄 블라인드'였습니다. 사무실 느낌이 날까 봐 걱정했지만, 요즘 나오는 제품들은 무광 화이트나 파스텔 톤으로 아주 깔끔하게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소재는 표면이 매끄러워 정전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먼지가 섬유 속으로 파고들지 못한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물걸레 청소'가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설치 후 가장 좋았던 점은 '먼지 털기'가 너무나 쉽고 위생적이라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커튼을 털면 먼지가 온 집안에 풀풀 날려서 마스크를 쓰고 창문을 다 열고 난리를 쳐야 했지만, 알루미늄 블라인드는 정전기 청소포나 물티슈로 슬랫(날개)을 쓱쓱 닦아내기만 하면 끝이었습니다. 먼지가 공기 중으로 비산되지 않고 걸레에 싹 닦여 나오니 청소 스트레스가 사라졌습니다. 청소 시간이 방 하나당 10분도 채 걸리지 않으니, 주말마다 부담 없이 먼지를 닦아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채광 조절도 훨씬 위생적이었습니다. 커튼은 빛을 가리려면 천 전체를 움직여야 해서 필연적으로 먼지가 날렸지만, 블라인드는 줄만 당겨서 슬랫의 각도만 조절하면 되니 먼지 날림 없이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교체 한 달 후, 휴지 사용량이 절반으로 줄고 아침이 달라지다
블라인드로 전면 교체하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저는 책상 위에 수북하게 쌓여있던 휴지 뭉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 환기를 시키거나 침구 정리를 할 때마다 코가 간지러워 재채기를 10번씩 하고 맑은 콧물을 훌쩍였는데, 이제는 그런 증상이 현저히 완화되었습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수면의 질이었습니다.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코가 막혀서 뒤척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칼칼하거나 코가 건조한 증상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침실 공기 중에 떠다니던 미세한 섬유 먼지가 사라지니 호흡기가 밤새 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블라인드가 커튼만큼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지는 못합니다. 겨울에는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냉기를 막아주는 방한(단열) 효과도 두꺼운 암막 커튼보다는 확실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집이 좀 썰렁해 보인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염인에게는 '따뜻한 먼지 구덩이'보다 '약간 서늘하더라도 깨끗한 공기'가 백배 낫습니다. 저는 방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겨울에는 창문에 뽁뽁이(에어캡)를 붙이고, 침대 위에는 난방 텐트를 설치하는 것으로 타협했습니다.
인테리어 커뮤니티를 보면 "신혼집 인테리어의 꽃은 커튼"이라는 공식이 있지만, 만약 가족 중에 심한 비염이나 천식 환자, 혹은 아토피가 있는 아이가 있다면 저는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습니다. 커튼을 떼어내는 것은 단순히 창문 가리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집 안의 공기 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가장 확실하고 저렴한 투자입니다. 매일 아침 콧물 없는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우아한 커튼 뒤에 숨어있는 먼지 괴물들과 작별을 고하시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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